도대체 견적은 어떻게 올리는 것일까??

프리랜서를 할 때부터 지금까지도 여전히 고민스러운 것은 견적이다. 

사실 디자인이라는 것이 거의 모든 클라이언트 마다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정가라는 것을 잡기는 어렵다. 그리고 같은 업무를 하더라도 클라이언트의 규모에 따라 신경써야 할 부분이 더 많아지거나 적어지기도 한다. 


단톡방에서도 주기적으로 올라오는 질문들이 있다. 

"상세페이지 1건 했는데, 10만원이면 괜찮은건가요??"

"카드뉴스 하나 만들었는데, 5만원 받고 수정을 얼마나 해줘야 할까요??"

미리 답을 하자면 이런 질문만으로는 합당한 견적을 이야기 해줄 수 없다. 

클라이언트의 규모는 어느정도 인지, 시안은 몇개를 만들었으며, 수정은 몇 번을 했는가? 전체 기간은 얼마나 걸렸고, 전체 투입된 시간은 몇 시간이었나? 작업을 하기 전에 견적에 대해 어떻게 협의가 되었는지도 중요하고, 클라이언트와의 관계는 어떠한가? 정말 많은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최근에 견적을 올리는 노하우에 대한 팁을 줄 수 있는 흥미로운 기사를 하나 접했다. 

머리핀으로 시작해서 물물교환 28번 만에 집을 얻었다는 이야기였다. (기사보러가기)




지난해 5월 스키퍼는 물물교환을 통해 집을 얻겠다고 마음먹은 후 유명 구인·구직·매매 사이트인 크레이그리스트와 페이스북, 이베이 등에 작은 머리핀 하나를 올렸다. 많은 거절 끝에 머리핀은 귀걸이와 교환됐다. 이후 귀걸이는 유리잔 4잔과 바뀌었고, 유리잔 4잔은 진공청소기와 교환됐다. 이런 식으로 머리핀에서 시작된 물물교환은 스노보드·헤드셋·노트북·카메라·아이폰·자동차·자전거 푸드트럭 등으로 이어져갔다.

스키퍼는 물물교환을 하면서 사람들이 손해를 감수하고도 얻고 싶어 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보고 난 후 더 비싼 물건을 얻기도 했다고 한다. 예를 들어 그는 320달러(약 38만원)의 비디오 게임기 ‘엑스박스’를 원하는 사람을 찾아 그 사람의 약 400달러(약 47만원)짜리 맥북 프로와 이를 교환했다. 지난달 말 총 28번의 교환 끝에 스키퍼는 마침내 테네시주 내슈빌에 위치한 집을 얻게 됐다. 약 70㎡ 크기의 해당 집에는 방 2개와 욕실 1개, 넓은 뒤뜰이 있다. 그는 4만 달러 상당의 오프로드용 트레일러와 이 집을 교환했다.

머리핀 → 귀걸이 → 유리잔 → 진공청소기 →스노보드 → 헤드셋 → 노트북 → 카메라 → 아이폰 → 자동차 → 자전거 → 푸드트럭 →오프로드용 트레일러 → 집

순서는 정확하지 않을 수 있다. 사실 중요하진 않다. 

중요한 것은 사람들은 본인에게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면 본연의 가격보다 더 많은 돈을 쓸 수도 있다는 것이다. 



나도 처음에는 몇 만원 받고 앨범 커버 디자인도 해봤고, 포스터 디자인도 해봤다. 80만원을 받고 한 페스티벌의 전체 디자인을 다 하기도 했었다. 지금 생각하면 말도 안되는 견적이지만 지나고 생각해보면 그렇게 일하지 않았으면 지금의 나는 없었다. 어쩌면 클라이언트도 나름 80만원이라는 큰 돈을 들여서 리스크를 감수했다고도 볼 수 있다. 

사실 프리랜서를 시작하는 단계에서는 일이 되어지고, 일을 완수한 후 비용을 결제 받는 경험을 하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 문제는 디자이너들이 처음의 경험을 바탕으로 머리핀을 귀걸이로 올라가려는 시도를 하지 않는 다는 것이다. 아니 할줄 모른다는 것이다. 그래서 오랫동안 머리핀만 교환하면서 수익성이 떨어지는 작업을 계속해나가곤 한다.  


우리는 [디자인]과 [돈]만을 주고 받는 것이 아니라 

[디자인+가치] 와 [돈]을 교환해야 한다. 

[+가치] 를 만들어 내야 머리핀에서 귀걸이로, 귀걸이에서 유리잔으로 업그레이드 할 수 있다. 



물론 그래서 우리는 포트폴리오라는 것을 정리한다. 이전에 했던 작업에 대한 포트폴리오 이미지를 잘 정리해서 인스타그램이나 블로그, 본인 사이트가 있다면 사이트에 올린다. 근데.. 그게 정말 효과가 있긴 한걸까?? 아예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다른 디자이너들도 모두다 하는 그 방법. 내가 한다고 좀 달라보이기나 할까??

한가지 방법을 더해보자. 작업 했던 과정을 기록해보는 것이다. 어떻게 일이 시작되었고, 어떤 고민을 통해서 어떤 결과물이 나왔는지 블로그도 좋고 인스타그램도 좋다. 기록하자. 그것이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용도여도 좋고, 혼자 기억하기 위함도 좋다. 그렇게 기록을 해가면 그것은 나만의 스토리로 쌓여가게 된다. 그리고 그것은 나의 머릿속에 각인이 되면서 다음에 비슷한 업무를 하게 될 때 굉장히 숙련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게 된다. 비슷한 작업을 여러번 기록하면 나중에는 클라이언트에게 이렇게 말할 수 있게 된다. "아.. 이거는요. 저희가 정말 많이 해봤는데요. 이럴 때는 이렇게 하시고요. 저럴 때는 저렇게 하시는게 좋아요!" 


이게 뭔지 아는가?? 

이게 바로 컨설팅이다. 이 정도 되면 컨설팅을 해줬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세상에 어떤 클라이언트도 먼저 와서 돈을 더주겠다고 하지 않는다. 어떻게든 더 싸게 하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디자인 뿐만 아니라 다른 곳에서 없는 우리만의 스토리와 가치를 더해야 한다. 그것은 단지 결과물 이미지를 잘 정리하는 것 만으로는 어렵다.